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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9 21:57

아이폰과 함께 한 1개월 murmur2010/01/19 21:57

아이폰을 쓴지 한달 남짓 됐다. 처음에 기대했던 것만큼 신천지가 열리진 않았으나 생활에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아이폰에 아이팟이 쏙! 들어와 있으니 MP3 플레이어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여기저기서 아이폰을 얘기하면서 빼놓지 않는 버스 도착 정보 안내 앱은 실제로 정말 편리하다. 특히 올 겨울의 혹한의 날씨에서 빛을 발하는 앱이다. 도착 시각이 아주 정확한 건 아니지만 크게 틀리지 않아서 집이나 회사에서 정류장까지 시간을 대충 계산한 뒤 시간 맞춰서 나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저쪽에서 버스가 다가오는 걸 보면 흐뭇하기까지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결에 날씨를 확인하는 것도 습관이 됐다. 큰 도움이 된다기 보다 "오늘 우산 안 가지고 나왔는데 혹시 비오는 거 아냐?" 같은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준다. 최고 온도 영하 7도..이런 거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에도 좋고.

관심 키워드를 등록해서 구글 알리미로 받아 보는 메일이 있는데, 이상하게 그 메일은 책상 앞에선 잘 안 읽게 된다. 그 메일들은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대부분 소화하고 있다.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대강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거라 작은 화면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내용이 너무 긴 페이지는 링크를 내 이메일로 다시 보내서 나중에 읽는다. 이런 기능을 좀더 편하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는 것 같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으면 아이폰에 메모를 해 놓는다. 이건 일반 휴대폰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가상 키보드를 터치해서 쓰기가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필기를 하듯이 글씨를 쓰면 이미지 파일로 변환해주는 메모 앱(FastFinga)도 쓰는데 꽤 유용하다. 이렇게 그린(?) 메모는 쉽게 이메일로 전송할 수도 있다.

지난 주말에는 익산에 잠깐 다녀왔는데 TripJournal이란 앱을 사서 처음으로 써봤다. 아이폰의 GPS와 지도 기능을 잘 활용해서 만든 여행 기록 앱인데, 주요 포인트마다 표시를 하고 거기에 메모나 사진을 첨부해 놓으면 나중에 자연스럽게 여행 일지가 완성된다. 옵션을 설정하면 내가 이동하는 경로를 계속해서 자동으로 기록할 수도 있어서 더욱 촘촘하게 여행의 궤적을 기록할 수 있다. 2.99달러인가를 주고 샀는데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왓스앱(whatsapp)도 애용하고 있다. 아이폰의 SMS UI와 흡사하지만 건당이 아니라 오고 가는 데이터 용량에 따라 요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집이나 사무실 같은 무선랜 환경에서는 SMS보다 훨씬 부담없이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외국에 있는 지인의 경우에도 국가코드와 함께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잘 등록하면 이걸로 맘 편하게 애기할 수 있다. 다만 왓스앱의 서버 문제인지 애플의 Push 서비스 문제인지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일이 잦다. 중요한 메시지는 SMS로 보내는 것이 좋을 듯.

이 외에,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모르는 표현이 나오면 곧바로 웹브라우저를 띄워 검색하고, 갑자기 "아, 그거 뭐였지?" 싶으면 검색한다. 네이버 블로그는 굳이 PC를 켜지 않고 자투리 시간이나 자려고 누워서 네이버 블로그 앱으로 확인한다. 길게 쓸 게 아니라면 아이폰에서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확실히 책을 읽는 시간이 확 줄었다. 시간의 빈틈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아이폰을 꺼내들게 된 탓이다. 사무실 이전 후에 지하철 대신 버스로 출퇴근을 한 탓도 있지만(버스에서 신문이나 책 읽으면 멀미를 하기 때문에 -_-). 앞으론 아이폰에 쓰는 시간 안배를 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이 절대 선은 아니다. 스마트폰의 최고봉 역시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매력이 무척 많은 기기임은 틀림없다.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10만개가 넘는 유/무료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서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꾸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미덕인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수없이 많은 앱들을 뒤져 가며 나한테 적합한 걸 찾아야 하는 수고가 따르기 때문에 "쓰기 피곤한 기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때로는 부지런 떨어서 쓸 만한 앱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면서 아이폰을 나한테 맞춰 가는 게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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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희승